2023년 개봉한 영화 <소울메이트>는 여성 간의 깊은 우정과 첫사랑, 이별과 성장의 순간들을 담은 감성 드라마입니다. 청춘이란 시기 특유의 서툰 감정과 그로 인한 상처, 오해, 그리고 화해를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기존 멜로와는 다른 결을 가진 영화로 관객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 영화가 어떻게 청춘의 감정을 표현했는지, 그리고 소울메이트라는 개념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해석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청춘이라는 시간 속 서툰 감정이 만들어낸 거리
<소울메이트>는 두 여성 주인공 미소와 하은의 관계를 통해 청춘이라는 시기의 특성을 아주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이 시기는 감정이 폭발적으로 피어오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상처받는 일도 많고 그 상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들의 첫 만남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각자의 내면에 쌓이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미소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하은은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타입인데, 이처럼 서로 다른 감정 표현 방식은 오해를 낳고 결국엔 관계의 균열로 이어집니다. 청춘의 감정은 때론 명확하지 않고,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사랑하면서도 도망치는 양가적인 모습을 가집니다. 영화는 이 감정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혼란 자체가 성장의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남자주인공 진우와의 감정선은 단순한 삼각관계로 보이기보단, 누가 더 솔직했고 누가 더 자신을 억눌렀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미소와 하은은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더 자주 상처를 주고받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갑작스럽거나 명확한 계기를 통해 이루어지기보다는, 흐릿하고 서툰 감정들이 계속 쌓이고 흩어지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변해 있음을 깨닫게 되는 방식으로 그립니다. 청춘은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설며 그 낯섦을 감당하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인데, <소울메이트>는 그 방황의 시간을 찬란하고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감정이라는 언어로 이어진 우정과 단절
영화 <소울메이트>는 감정을 중심으로 인물 관계를 풀어가는데, 이 감정은 단순히 좋아한다, 미워한다는 명확한 이분법으로 나눠지지 않습니다. 미소와 하은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정 그 이상이지만, 그 감정을 어떤 이름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갑니다. 처음에는 함께 웃고 뛰어놀고, 같은 그림을 그리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그저 즐거움으로 다가오지만, 감정이 복잡해질수록 그것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감정은 말보다 앞서고, 말로 옮기지 못한 감정은 결국 오해와 거리감을 만들어냅니다. 하은은 감정을 참는 사람이었고, 미소는 감정을 밀어붙이는 사람이었기에 이들의 우정은 수시로 흔들리고 균열이 생깁니다. 감정을 억누르면 상대는 그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면 상대는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관계의 민감한 균형을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하은이 끝내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미소에게 상처로 남고, 미소가 자신도 모르게 넘었던 감정선이 하은에게 버거움으로 돌아오는 장면들은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순간입니다. 관객은 이들의 대화보다도 말하지 못한 표정과 행동, 침묵의 장면들을 통해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바로 그 지점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의 본질입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하은이 미소의 그림을 다시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말보다 훨씬 강력한 감정의 표현이고, 그 감정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감정은 전달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달되지 못한 채 내면 깊숙이 남아 더 오랫동안 마음을 흔든다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전하고 있습니다.
소울메이트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와 감정의 복잡성
‘소울메이트’라는 단어는 보통 사랑보다 더 깊은 유대감을 의미하지만, 꼭 연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 <소울메이트>는 이 단어의 정의를 감정의 복잡성 속에서 찾아갑니다. 미소와 하은은 단순한 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연인처럼 사랑을 고백하거나 소유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함께 있는 공간에서의 편안함, 말없이도 감정을 읽는 순간들을 보면 이 둘은 분명히 누군가의 인생에 단 한 명뿐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울메이트는 마음 깊은 곳에서 연결된 사람이고, 그 연결은 때로는 너무 강해서 상처를 주기도 하며,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멀어지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 모순된 감정의 흐름을 정답 없이 보여주며,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관계를 해석하게 만듭니다. 미소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하은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했지만, 이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감정을 배워가고 삶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은 소울메이트라는 관계가 단순한 운명이나 끌림 이상의 것임을 보여줍니다. 하은의 입장에서는 미소가 삶에 들어온 것이 큰 혼란이었지만 동시에 각성의 계기였고, 미소는 하은이라는 존재를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게 되며 자신이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닫습니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두 사람이 공간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서로의 존재를 그림과 기억으로 붙들고 있는 장면은 소울메이트라는 관계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단순한 해피엔딩이나 해석 가능한 관계의 완성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소울메이트>는 이처럼 감정의 복잡성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혼란스러움과 모호함을 그대로 안고 가는 방식으로 인물과 서사를 끌고 갑니다. 소울메이트란 누구나 경험하진 않지만, 한 번 경험하면 평생 잊지 못하는 관계라는 것을, 영화는 조용히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울립니다.